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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두 형제’가 조제합니다, 당신을 위로할 마음의 藥

<조선일보>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0.09.25


유튜브 ‘조우네 마음약국’으로 환자 돕는 고직한 선교사와 두 아들


고직한(가운데) 선교사와 두 아들 하영(왼쪽)·하림씨는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면 조울증은 ‘마음의 폐렴’”이라며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비슷한 고통을 겪는 분들을 돕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안녕하세요. ‘조우네 마음약국’의 조울증 26년 차 ‘조우’입니다.” “저는 조우 형님 친동생이고 18년 차 ‘그레이’입니다.”


유튜브 ‘조우네 마음약국’은 조울증 환자 형제가 스스로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는 채널이다. 주인공은 ‘조우’ 고하영(39), ‘그레이’ 고하림(37)씨 형제. 이들은 IVF·사랑의교회 등에서 청년 복음화 사역을 해온 고직한(66) 선교사의 두 아들이다.


2년 전 문 연 ‘마음약국’은 동영상이 아닌 음성 파일로 공개되지만 ‘난 이렇게 조울증 재발을 막았다’(1만 8000회) ‘조증의 특징과 증상’(1만 3000회) 등은 조회 1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 5월엔 구독자 3000명 돌파를 기념해 가족이 얼굴을 공개하는 동영상도 선보였다.


지금은 편안하게 자신들의 질병을 이야기하고 같은 증상의 사람을 돕고 있지만, 이들은 20년 넘게 ‘지옥’을 경험했다. 하영씨는 1994년, 하림씨는 2003년 각각 조울증이 생겼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만 17번. 하영씨의 첫 입원 때 철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아버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고 한다. 동생은 조증 상태에서는 스스로를 예수로 착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고민이 교회 안에서 위로받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고직한 선교사 가족은 조울증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의학과 신앙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교회에선 정신 질환을 ‘귀신 들렸다’고 하는 분위기예요. ‘믿음이 부족하다’ ‘축사(逐邪) 기도 하자’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다 보니 정신 질환에 대해 털어놓고 기도 제목으로 올리기도 어렵지요. 그런데 정신 질환이라면 축사 기도보다는 약이 필요해요. 약 먹고 나아진다면 귀신 들린 게 아니거든요.”


조울증은 재발이 잦다. 그래서 20년 넘게 긴 터널을 겪었다. 어느 정도 안정된 2년 전 유튜브를 시작했다. 결혼도 큰 도움이 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겹사돈이라는 점. 배우자들이 자매이자 동서인 덕분에 서로 도움이 됐다. 고 선교사 부부와 두 아들 내외, 그리고 사돈댁은 걸어 5분 이내 거리에서 ‘따로 또 같이’ 대가족으로 산다.


하영씨는 “콘텐츠 크레에이터로 활동하는데, 제 인생의 3분의 2를 함께한 조울증이야말로 나만의 스토리가 아닌가 했다”고 말했다. 고 선교사는 “무척 힘들었던 그 시간이 우리 가족의 에너지원(源)이며 이 경험을 사회적 자원으로 만들어 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직한 선교사 가족은 2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조우네 마음약국'을 운영하며 조울증 환자와 가족으로서 애환을 나누고 있다. 최근엔 다큐 '사이코 가족이지만 괜찮아'(사진)에도 출연했다. /뉴스앤조이



유튜브를 시작하자 문의가 줄을 이었다.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자 구독자들도 마음을 연 것. 일대일 상담도 시작했다. 지금까지 730명을 만났다. 환자 본인은 형제가, 환자 가족들은 며느리들이, 환자 부모는 고 선교사가 상담한다. ‘자살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환자를 찾아내 막은 경우도 있다. “마침 그 환자가 보낸 택배 상자를 찾아내 거기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엉엉 울면서 ‘사실은 술 마시고 자살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상담자의 70~80%는 크리스천. 목사 아내, 전도사도 많다. 그만큼 교회에서 정신 질환의 고통은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이란 얘기다. 고 선교사는 그래서 ‘정품 교회’론을 편다. ‘정서적·정신적 약자를 품는 교회’의 줄임말이다. “흔히 가족 같은 교회라고 하는데, 가족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터놓고 함께해야죠.” 하림씨는 “목회자들은 정신 질환이 있는 교인에 대해 축사 기도가 필요한 경우, 운동이 필요한 경우, 약이 필요한 경우를 분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하나님을 원망했을 법도 하지만, 고 선교사는 “우리 가족이 무너지지 않은 건 하나님 은혜”라고 했다. “이런 시련도 하나님의 계획이라 믿었죠.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신 분도 많았고요.” 이들은 약으로 육체를, 상담으로 정신적 위로를, 예배를 통해 영적인 부분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https://www.chosun.com/culture-life/relion-academia/2020/09/25/73ITMCCY7BDCLMSJCBDCDJYJ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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